일어나서 아침 산책을 했다. 3일째라고 낯섦이 덜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걸을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어제 만났던 언니가 계셨다. 웃음꽃이 피어서 손을 양옆으로 확확 흔들며 인사해주시는데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온몸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산책 후 들어오자 관리인 분이 김치찌개, 찜닭을 차리고 나가셨다. 밥 두 공기를 먹을 수 있겠다 싶을만큼 정말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설거지까지 마쳤다.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방바닥을 훔치는데 가사노동에 대한 위대함을 맛볼 수 있었다.
소금막 해변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표선해변에서 소금막 해변을 지났다. 해안가를 따라서 걸었고 숨비아일랜드 카페를 찾았다.
2022.06.28 - [한달(한주)살기] - 제주도 서귀포 성산읍 카페_숨비아일랜드 : 사진관과 바다, 해물라면
제주도 서귀포 성산읍 카페_숨비아일랜드 : 사진관과 바다, 해물라면
제주 올레길을 걷다보면 바다 앞에 카페가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과 바다만 봐도 기분이 좋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는 소품들과 삼각대가 인상 깊다. 식사와 커피를 한번에
skyisgreen.tistory.com
반팔, 반바지, 크록스를 신고 가볍게 나섰는데 어쩌다 보니 제주 올레 3코스를 걷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발밑의 달팽이가 신경쓰였는데 제주도에서는 게들에게 관심 갖게 된다. 밟고 싶지 않아서. 바닥에 붙어있는데도 강풍에 날리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게들을 보았다.
백도해변의 바다와 제주의 바다의 차이는 명확하다. 백도해변은 산책하는 기분으로 구경꾼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상냥한 바람이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다. 내 편 같았다.
그런데 제주바다는 나 역시 바다 앞에서는 게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뭐 하고 있는거냐고, 왜 여행을 떠났냐고 지금 여행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답하라고 강요받는 기분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디가 울리는 휴대폰을 분수대에 던지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10년 전부터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 했다. 과거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늘 타인을 앞에 두고 나를 맨 끝에 두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만 생각하고, 나만을 위해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냐고 하면 '응?'이라고 대답하게 된다.
적어도 주변에 쉽게 동화되어 어떤 게 진짜 내 모습인지 알 수 없다고 비난하진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진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하는 것도 그만두기로 했다. 순간에는 진심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고 싶다'를 '해야 한다'고 말해서 부담스러워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면 안 돼'라고 말하고 몸은 뒤돌았으면서, 미련을 남겨서 아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하고 싶어'라고 말하고, 미련이 남으면 굳이 하려고 시도 중이다.
표선 해비치 해변-소금막 해변-해안길 따라 숙소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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