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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한주)살기

한주살기) 강원도 고성_백도 서프롯지 11박12일

by 당편 2022. 6. 27.

 

 

 

 

 

 서핑을 배우고, 서핑을 하기 위해 떠났다. 두 번의 강습을 받았고, 이후에는 파도가 거의 없어서 물 위에서 떠 있고, 패들링 연습만 할 수 있었다.  지상에서 테이크오프 자세도 연습했다. 여름에는 동해 쪽엔 파도가 거의 없다고 겨울이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여름 바다는 제주도가 좋다고.  

 

 원래대로라면 2주 일정이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들이 겹쳐져 일찍 체크아웃했다.  가끔 먹고 싶을 때 외식을 하고, 그 외에는 프로틴바와 그래놀라바 그리고 닭가슴살로 식사를 했다.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같이 차로 이동하고 맛집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홀에서 레오(강아지)와 함께 독서하며 있었던 시간이 귀하게 느껴진다. 주황빛 조명이 부드러움을 더해주고, 에어컨 바람 대신 선풍기 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책에서 눈을 떼면 하늘과 흔들리는 초록 나뭇잎들이 보였다.   

 

 서울을 벗어나면 바로 알게되는 점은 버스정류장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다는 것, 그래서 차 없이는 이동이 정말 불편하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심지어 버스시간표가 정확하지 않아서 여유로운 마음과 시간 또는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매일 조깅을 했고, 바다에 나갔다. 시도 때도 없이 바다를 산책할 수 있었다. 11일 중 6일을 울었다. 밤바다의 파도소리가 울음 소리를 삼켜주어서, 밤하늘에 별들만 있어서, 곁에 모래만 존재해서 맘 놓고 목놓아 울 수 있었다. 다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바닥이 난 로션 통을 흔들면 로션이 나오듯 그렇게 파도소리를 들으며 울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일까봐,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까 봐 무서웠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음을 통감하고 하니 가뿐해졌다. 이제 없는 것에 천착하지 않고, 있는 것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발굴하고 소중히 하기로 했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배경음으로 틀어놓을 음악, 하고 있는 행동, 보고 있는 유튜브 등을 뇌 속에서 자동적으로 검열하고 있었다. 

 

 캠핑객들과 주민들만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 어떤 곳보다 무섭지 않았다. 겁이 많아서 밤길을 혼자 산책하는 것을 두려워하곤 했는데 이곳에선 아침, 낮, 저녁, 밤, 새벽 관계없이 내킬 때 산책을 했다. 그래도 괜찮은 곳이었다.

 

 호의가 바닷가의 돌처럼 널려 있는 곳이었다. 우연히 인사를 드리고 짐을 들어드렸을 뿐인데 기정떡과 아이스믹스커피를 나눠주셨고, 매일 가던 편의점에서는 예쁘다며 자주 먹던 닭가슴살을 선물 주셨다. 다쳐서 편의점에 가는 길에 밴드가 있냐고 질문드리자 들어오라고 하시더니 마데카솔과 밴드를 빌려주셨다.  

 

 차소리는 거의 없고,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로 가득했다. 캠핑의자에 앉아서 저녁 7시~8시 30분까지 하늘을 보는 게 정말 행복했다. 바람이 참 기분 좋은 곳으로 기억된다. 4~5월에는 지붕이 날아갈 정도로 강풍이 분다고 들었다.  

 

 기존의 인연과 멀어지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었는데 자꾸 만나게 되는 상황이 묘하다. 먼저 만나자고 제안하는 게 드문만큼 만나자고 하면 거의 만나는 편인데 약속이 계속 생긴다. 

 

 대게(홍게) 금어기 덕분에 제1회 오징어 축제도 가보았다. 37,000원에 오징어회, 오징어통찜, 맥주, 사이다, 라면까지 먹을 수 있었다. 좋은 것과 아쉬운 것 한 몸인가 보다. 되도록 좋은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사람은 적고, 조용하고, 호의가 파도치는 곳이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산책하고 싶을 때 산책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을 때 어울리고, 혼자이고 싶을 땐 혼자일 수 있었다. 

 

 민박 성수기는 6월25일~8월10일까지라고 들었다. 성수기가 끝나고 다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뿐하다 : 상쾌하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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