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기분이다. '분명 초록불이여야 하는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건 그곳을 벗어나는 것인데 마음은 신호등을 두고 왜 빨간불이냐고 어째서 초록불이 아닌거냐며 갈팡질팡하고, 나는 그런 자신이 싫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대상만 달라지고 계속 맴돌게 되니 환장한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다섯이다. 이쯤되면 내가 뭘 원하는지조차 의심하게 된다. 이걸 즐기는 건 아닐까? 빨간불이라고, 안 된다고 그은 선을 바라보며 괴로워하는 악취미가 있는 걸까?
본심이나 무의식이 원하는 걸까? 그렇다면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부터가 잘못된 시작일까? 그렇진 않아. 기분이 안 좋거든. 그들이 다가오거나 내가 다가가거나 둘 다 기분이 좋지 않아. 그러니 선을 그은 건 옳은 일이지. 그렇다면 포기가 느린 건가? 견디는 체력이 좋거나 익숙한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고저쩌고해도 현재 제일 피하고 싶은 건 자학이다. 그럴만 하니까 하겠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 하면서 이해해줘야지. 저도 어쩌지못해서 괴로운데 왜 자꾸 그러냐고 멍든 곳을 또 때리진 말아야지.
쓸데없지 않아. 반복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계속 성찰하고 있으니 끝은 있을 것이다. 이런 류는 장염이라고 여기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통도 설사도 멎으면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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