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도 폰을 오른손에 쥐고 있었고, 일어나면 바로 액정을 터치했다. 이른 새벽부터 폰을 깨워서 카톡부터 확인했다. 연락이 오지 않을 걸 짐작했고, 카톡이 온다고 해도 기분 좋지 않을 게 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기다렸다. 음악을 듣다가, 그게 끊기면 그 사람에게 전화가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물론 '안전 안내 문자'였다.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사람의 연락에는 실망이 없다. 오면 승리감, 오지 않으면 내가 맞았다는 확신이 차오를 뿐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만 기다렸던 게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문득 KTX를 타고 가는데 찾아왔다.
그렇다면 왜 기다릴까? 기다리는 게 익숙하니까. 그리고 기다렸던 시간을 만회하고 싶었으니까. 기억도 없는 어린 시절부터 늦게 들어오는 그를, 영영 오지 않을 그를 기다렸다.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에는 손해가 없다. 오면 기쁘고, 오지 않으면 내가 맞는 거니까. 그래서 기다림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왜 기다리는지를 자각한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익숙한 것이 아닌 낯선 것을 선택하는 시기니까 기다리지 말아야지. 그리고 만회는 불가능하니까 포기해야지.
그 대상도, 그 시기도, 그때의 나도 없잖아. 이미 지나버렸고 나는 자랐으니까.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대답은? "아니."
돌아갈 수도 없지만,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이제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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