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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_Imagine29(이매진29) : 나의 모습이 보여서 불편해.

by 당편 2022. 9. 15.

 결혼을 열망하진 않았지만 연애를 할 때,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를 고민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이런 반응을 보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실망하거나 만족하거나 했다. 정말 몰랐다, 상대를 조종하려는 내 마음을. 

 

 '안달나게 하는 방법', '헤어지지 않는 방법' '안 질리는 여자' '질리는 여자' '오래 연애하는 법' '사랑받는 법' 등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내면의 불안함을 잠재우고 싶었다. 나와 그를 동시에 통제하려고 했던 것이다.

 

 예측 가능한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통제 가능한 남자를 원했던 것이다. 내가 애쓰면, 그에 맞는 태도를 보이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말이다. 

 

 우선 알게 된 것만으로도 첫 걸음 뗀 거라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자. 다음 걸음이 기대된다. 아주 멀리 나아갔으면 좋겠다.

 

 

 

 


 

누군가 나를 봐줘! 괜찮다고 말해줘! 내 이름을 불러줘! 

우습게 보는 거 아냐? 한 방 때려줬어? 

내가 욕해도 되나? 나한테 그럴 자격이 있는 건가?


좋아하지 않잖아? 좋아해? 좋아한다는 게 뭐야?

 

누군가를 인정받고 싶어!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며 그냥 바라봐줄 누군가에게.

 

상대한테 물어보면 되나? 그래야 되는 건가? 

 

혼자선 살아갈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남의 안색이라도 살피지 않으면 불안한 거야. 

 

왜 잠자코 복종하려고만 들어요? 당신은 늦은 이유를 말할 권리가 있다구!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 안 된다고 단정지어?


머리로는 잘 알아요. 일방적으로 싫어하거나 버림받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거. 하지만 몸이 움츠러들어요. 어릴 때로 돌아간 것처럼.

 

몹쓸 일을 당하긴 했죠. 슬플 때, 기대고 싶을 때 무시 당했어요. 

 

어떻게든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항상 엄마의 안색을 살피면서 살았어요. 

 

저한테도 발언할 권리가 있고... 행복해질 권리도, 화낼 권리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아는 시시하고 웃기는 나도 내 모습이지만 이렇게 인정받는 내 모습도 나야. 양쪽 다 나라구!!


"야무지고 너그러운 여자가 필요해"

제대로 나를 보고 있지 않아. 있는 그대로 나를 봐줘...


"말도 안 돼! 육아 포기잖아?"
"나쁜 사람은...아니지만."

"아니. 나쁜 사람이야! 너한테 상처를 줬잖아."


누구한테도 물을 수도 없고, 누구한테도 의논할 수도 없어. 이것만은 모두 스스로 결정하는 거야. 난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귀찮아! 모든 게 다! 

내 일인데... 소중한 삶은데... 귀찮다니! 너무 슬퍼! 

하아... 조금 편해졌어.


"준이치가 어떤 사람인지 속을 알 수 없어. 나도 속이 없는 사람이거든."

"서로에게 필요한 것. 눈에 보이는 기브 앤 테이크. 그것뿐이야. 그런 건 싫어."


눈앞에 있는 소금을... 남한테 집어달라는 사람이야. 난 생각 없이 집어주지. 애인이 아니라 엄마야. 


"사과해요! 나 상처 받았다구요!"

"미안하다"

"좋아. 용서할게요."


"복수해. 언니를 무시하는 저 아줌마."


정말로 '준이치가 걱정돼서' 온 거였니?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아' 라고 하면서, 엄마처럼 매달리고 싶어하는 건 나잖아. 실은 내가 찬 남자의 망가진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 아냐? 그래서 뭔가를 채우려고 했던 거 아냐? 자존심이라도 채우려고?


저 애들 왠지 싫어. 자신의 부족함을 조건 좋은 결혼으로 채우려고, 눈을 번득이는 여자들. 내 모습 같아서 혐오스러워. 하지만 솔직한 저 애들은 귀엽기나 하지. 내가 훨씬 음험해. 구역질 나.


어떻게 해야 이 진창에서 해방될 수 있지? 어정쩡해! 빨리 나이를 먹어서 여자가 아닌 존재가 돼버리면 편할까? 귀찮! 

흡. 그런 생각하면 안 돼! 말해도 안 돼! 힘들어도 귀찮아도 싫어도 나 자신이니까...! 가자...!


사실 상대 같은 건 보지도 않아. 그냥 어쩌다 보니... 상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에 되어. 그냥 저냥 시작하고... 내가 먼저 바라본 적 없었어. 


"연애를 한 게 아니었어. 진심으로 만나지 않았었어. 서른이나 먹고서야 비소로 알았어! 사랑이란 걸!!"

이 남자 취했나?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니 기뻐. 싫지 않은 사람인걸.

"미안"

"기억도 안 나?"

"심한 말 했어?"

했어. 휘청거릴 만큼 엄청난 말을. 진심으로 믿을 뻔했어. 취한 남자의 헛소리를. 


"그 '싫지 않다'랑 똑같잖아? 그건 좋아하는 것도 아냐. '좋아할지도 몰라'잖아! '좋아할지도'는 아무 의미 없어!"


이건 실연도 아냐! 상대에게 아무것도 던지지 않았어. 아무것도 시작된 게 없는걸. 센 척하지만 사실 난 수동적이야. 나 혼자 끙끙대로 불태우다 그걸로 끝날 뿐인...

평생 이러다 끝나는 건 아닐까? 착실히 저금한 돈을 끌어안고서 나이만 먹고?! 싫어! 싫어! 싫어!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일생이라니! 싫어!!! 


"응. 푹 잤어. 괜찮아. 귀신처럼 들러붙었던 게 떨어졌어."

뭔가를 버려보자...


"에디한텐 멋진 애인이 있어. 하지만 좋아해... 연애 감정하고는 다른 거지만."


"저녁 같이 먹을래?"

'당신은 아무것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난 비난하기만 했는데, 난 준이치에 대해 대체 뭘 알고 있는 거지?

'나를 몰라준다'고 원망만 했지. 준이치를 알려고 노력한 적 없잖아?


내 얘기도 하고 싶어. 

"나도 그래. 엄마한테서 벗어나질 못하지."


"노.노.노! 알고싶다=사랑!"

그러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어. 그냥 알고 싶어. 전에 사귈 땐 결혼 조건을 맞춰보고, 그게 맞으면 그 사람의 전부를 안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그를 알고 싶고 나를 보여주고 싶어. 그런 것들이 날 기쁘게 해. 

 


예전엔 몰랐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늘 내 맘대로 안 된다고 화내기만 했지...

상대를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았어.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준다'고 믿지 않았어. 사랑한 적이 없었어. 


전에 사귈 때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만 신경쓰느라, 뭘 하더라도 편안하고 기분 좋게 즐긴 적이 없었지...

겉모습만 꾸미느라 긴장해서 여유가.


"아버치 차에 모바일 지도가 없었으면 길 찾느라 밤샜을 거야."

"아버지는 어떤 분이셔?"


"내가 집을 나왔으니 이혼할지도 몰라. 아니, 안 하려나? 모르겠다..."

"사이가 안 좋으셔?"


"현실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뿐이잖아? 그럼 자신한테 맞는 필드를 찾으면 돼"

"현실이 맞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 현실을 찾든지, 자신이 변화하든지, 둘 중 하나야. 목숨을 걸고 뛰어! 느긋하게 한숨이나 쉬고 있을 시간은 없어."

나한테 맞는 장소를 내가 만든다... 스스로 만든다...


"나 버림받을 거야. 뻔해..."

"하지메가 그런 말을 해?"

절레 절레

"모두 다! 나를 버리고 가버렸어!"

"아냐! 하지메는 널 버리지 않아! 미노리! 미노리! 내 말 들어! 아빠랑 하지메는 다른 사람이라고!"


"아빠한테 방치되었던 슬픔이 지금도 미노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어요. 과거 일이 지금까지 그 애를 괴롭힌다구요. 엄마.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엄마를 위해 '착한 애'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 많이 힘들었어..."

"어머니가 뭐라셔?"

"아무 말도... 잘못 알아들었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할 수 없는 거고! 아무튼 얘기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 말하길 잘했어."

"대견해"


이렇게 조금씩 서로를 공유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그게 좋아... 사실은 그게 전부인 거 아닐까?


"무서워. 하지메가 날 버릴까봐 무서워!"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난 그런 생각해본 적도 없어."

"들어봐. 난 어릴 때..."

"그랬구나"

" 나 이상하지? 한참이나 옛날 일인데 아직까지 얽매여선..."

"그런 중요한 일을 몰랐네. 고마워, 얘기해줘서! ... 내가 무서워?"

"아니. 하지메는 아빠하곤 달라. 하지메는 말 없이 사라지지 않아."

"그래."

"겁을 내는 건... 조그만 나야... 옛날의 나. 어린 나..."

"미노리. 어이. 조그만 미노리, 이리 나와줄래?"

"들어봐. 난 말 없이 떠나거나 하지 않아. 미노리를 사랑하니까. 안심해. 난 큰 미노리를 슬프게 하지 않아. 약속해. 힘들었지? 혼자서 잘 참았어. 넌 멋진 아이야."


작고도 작은 나여... 

안녕...!


"연애, 결혼 상대, 가정, 자식 혹은 회사에 집착하거나 매달리지 않는 게 좋아요. 상대에 따라 자기 인생이 결정되는 사람은 절대로 되지 말 것. 그런 대상에서 깨끗이 손을 놓을 때 비로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과 실력이 생기는 거라고요. 의존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날수록 자유로워지죠. 불안감이 줄어들어요."

의존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줄어든가?! 방금 무지무지 무섭고도 중요한 말을 들었어!! 


매달리지 않으면... 제일 힘든 일이지만, 동시에 제일 마음이 편한 걸. 정말로 그래! 아직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약한 의존 본능. 한 남자와 영원히 맺어져서 완벽하게 보호받는 나? 그건 한낱 꿈일 꿈이야. 


현실은 달라. 매일 손질하지 않으면 관계는 금방 흔들려.

어느 쪽?

남한테 기대어 자부심도 자신감도 없는 불안하게 사는 인생과 스스로 책임지는 힘들지만 자유로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할거야. 항상 힘차게 살고 싶어."

"매일 매일 매일 만나고 싶어. 행복이 계속될 수 있게 노력할게"


매달리지 말고 손을 놓아주자. 그래야 더욱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어.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머니. 저희 일은 저희가 결정해요."

"넌 이제.. 어른 이구나."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두 사람이 함께 가는 거야. 갈 수 있는 곳까지!


너희가 각자 자기 행복을 향해 열심히 살아주는 것... 그것뿐이란다. 엄마도 여기 있는 행복을 지켜나갈게.


발 밑에 탄탄한 지면이 있고, 머리 위로 무한한 하늘이 펼쳐진 느낌. 그리고 옆에선 많은 사람들이 몸을 받쳐주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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