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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한주)살기

한달살기) 한산 D+29 체크아웃

by 당편 2022. 5. 25.

체크아웃

 

한산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좀 더 자려고 했는데 쓰레기 비울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그대로 일어나서 산책을 했다. 매일 아침 존재감을 드러내던 초록색 산, 학교 운동장, 길을 걸었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곳이었다. 배달의민족 어플을 설치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차 소리, 사람 소리보다 새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 고양이 우는 소리가 더 크거나 많이 들리는 곳이었다. 서울에선 걸음마다 보이는 게 카페랑 편의점이었다면, 한산은 꽃이었다. 집집마다 꽃이 있었다.

 혼자여서 적적했고, 그래서 관찰할 수 있었다.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얼마나 예민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았다. 
 
 늦잠 자는 것, 과식을 하는 것, 공부를 하지 않는 것 등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저질렀던 행동들을, 내 허락하에 시도했다. 저것들을 해도 마주할 최악의 결말은 내가 감당 가능한 부분이었다. 잘 잤고, 실컷 먹었고, 유튜브나 만화를 봤다. 두려워하던 것을 해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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