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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감각, 감정

쓸모 없어지기로 결심하다

by 당편 2022. 7. 18.

 존재 자체가 누군가의 불행이고, 잘못인 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나를 필요로 해주는 것을 기뻐했고, 도움이 되고 싶어했다. 그래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도움이 되려고, 쓸모 있으려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사랑받으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했다.

 

 잘 웃고, 잘 먹고, 예의 바르게 굴고, 친절하고, 싹싹하게 굴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배웠다. 그래야 엄마 없이 자랐다는 소릴 안 듣는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래서 나는 잘 자랐을까? 그렇게 보이는 걸까?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서부터 연출일까? 잘 모르겠다. 

 

 그 어느 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데 어떻게 된 걸까? 다 필요없다면서도 사랑받고 싶었다. 누군가가 간절하게 필요했다. 근데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왜냐하면 여전히 통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어야만 끝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걸까?

 

 아무 것도 없고, 스스로를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무겁다고 괴로워하는 내가 있다. 마음대로 하는 것 같은데,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고 토할 것 같고 답답한 기분을 제주도에서도 느꼈다. 무언가 이상하다, 여기서까지 그러면 안되잖아. 

 

쓸모 있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멈추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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