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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감각, 감정

이제 해명도, 증명도 하지 않을래. 해야 한다면 나 자신에게만 하면 돼.

by 당편 2022. 9. 5.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살 것이 없어서 나오면서 '아 살 게 없네' 혼자말처럼 하면서 나온 적이 있었다. 뭔가를 할 때, 사람들이 오해할까봐 먼저 나서서 '이래서 이러는 거야.'를 온몸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내 존재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궂은 일을 자처하거나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그리고 나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면접표를 주고, 지원자가 된 것마냥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춰서 말하고 행동하곤 했다. 그러면 드는 질문 하나. "내가 연출한대로 타인들이 봐줬는가?" 이것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 늘 그들의 관점에서 제멋대로 해석했다."

'누가 날 좋아해?'란 잘못된 믿음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나가고 싶어 안달하여 나의 말과 행동을 삼키고 타인의 것을 입에 올리거나 꾸며냈다. '날 좀 좋아해줘'라고 간절히 바랐으면서 누군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믿지 못해서 쳐냈다. 그게 아니면 그 손이 내 노력으로 합격한 것처럼 당연히 여겨져서 잡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해야할 것을 타인에게 하고 있었다. 왜? 방법을 몰랐다. 남에게 주는 법만 알았지, 내 자신에게 주는 법을 몰랐다. 남에게 주는 것이 익숙해서, 그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과 다른 것을 굳이 선택해야만 했다. 상대방에게 주고 싶은 것을 나 자신에게 선물하고, 침묵을 내 말로 채우는 대신 가만히 있어야 했다. 불편했다. 그 불편함을 견뎌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단 걸 이제는 명확하게 안다.

없는 듯 있다가 떠나는 것이 익숙해서 좋은 줄 알았다. 그래서 내 존재가 드러나거나, 보여야만 할 때 큰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왜냐하면 그게 해가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민폐라고 생각했다. 근데 민폐 좀 끼치면 어때? '하면 안 돼'를 '하면 좀 어때?'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날 좀 좋아해줘.'와 '누가 날 좋아해'의 시소에서 내려올 시간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었다, 내가 믿지 않아서 보지 못한 것이었다.







밝히다 : 공공연하게 알리다.
해명하다 : 까닭이나 내용 등을 풀어서 밝히다.
증명하다 : 그것의 진위를 증거를 들어서 밝히다.
지각하다 : 감각 기관을 통하여 인식하다.
진위 : 참과 거짓 또는 진짜와 가짜를 아울러 이르는 말.
증거 : 어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드는 근거.
명확하다 : 아주 뚜렷하여 모호한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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