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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한주)살기

한주살기) 경남 남해_팜프라촌 : 9/1 목 D+3 (조깅, 인터뷰, 편지, 카약, 바지락 캐기, 남해대로 1553번길 노을, 금산참능이)

by 당편 2022. 9. 11.


고기를 먹으러 가는 길에 노을을 보고 모두가 냅다 차에서 내렸다. 수면에 비친 주황빛은 잔잔히 흐르고, 산의 검은색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고민할 여지없이 수평선이 보이는 걸 선호하는데, 이 풍경을 본 뒤로는 바다 뒤에 보이는 산이나 섬도 예쁘단 생각을 하게되었다. 말문이 막히고, 우와우와만 할 줄 아는 아기처럼 감탄만 하는 풍경이었다.

예쁘단 말이 매순간 나오는 진귀한 장관. 뭔가 가슴이 찌잉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고, 소중한 선물로 기억된다. 왼쪽을 보면 평화로운 분위기의 푸른 회색빛 하늘과 바다가 보이고, 그 위로 큐빅박힌 것처럼 불빛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산은 까맣고, 구름은 회색에 검은색 한스푼 섞은듯한 먹구름, 말을 잃게 하는 일몰, 그 어떤 걸로도 대체불가능한 예술품이었다. 뭔가 신성한 존재가 출현할 것 같은 신비로움마저 느껴졌다.

피부에 닿는 바람은 선선하고, 풀벌레소리만 들리던 그 순간이 그리워진다. 노을 사진을 수십장 찍고 삼겹살 먹으러 '금산참능이'로! 가급적이면 꼭 예약해달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고, 삼겹살이 지인짜 부드러웠다!!


 6시 20분 기상했다, 눈뜨자마자 느껴진 건 추위였다. 이제 긴팔, 긴바지를 잠옷으로 입어야 할 계절이 성큼 다가온 듯 하다. 5km 모닝 조깅 성공! 오늘도 조깅 메이트가 있어서 걷고 뛰고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는 꿀호떡에 딸기잼을 발라서 먹었다. 그리고 코부기 뒷산을 산책하고, 어제 만났던 루나와 함께 산책을 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같이 지낸 분들에게 짧은 손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편지를 쓸 때 문득 타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써주고 싶어하는구나를 깨달았다.

점심에는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하고 들어와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기록을 정리하고, 낮잠을 잤다. 그리고 zoom으로 예정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어의 말이 인상 깊다. 두모마을에서 지내면서 생활과 일의 경계가 흐려져서 힘들었다고 하셨다. 비슷한 말을 다른 마을에서 지내는 분께도 들어서, 나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아서 계속 맴돌았다.

 인터뷰를 끝내고 산책을 나왔다. 로드바이크를 탈 기회가 생겼는데, 두 발이 지면에서 떼어지는 순간 몸은 오른쪽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오른손에 피가 맺혔고, 거기서 도전 종료... 버킷리스트에 한 줄이 추가 되었다 '로드바이크 능숙하게 타기!'

 카약을 타고 제법 멀리 나가자, 수평선이 보였다. 숨 참고 있다가 숨 쉬는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새삼 내가 얼마나 수평선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의가 다 젖었지만 수평선을 보고, 출렁이는 수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같이 탄 친구와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사랑스럽고 주변을 사랑으로 물들일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와 결이 비슷한 듯 보였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처음 보는 유형의 사람이라 새롭고 놀라웠다.


카약을 탄 후에는 바지락 캐기를 해볼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체험이었는데 흥미진진해서 무릎 한 번 피지 않고 계속 호미질을 했다. 비가 한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샤워하고 삼겹살 먹으러 출발! 돌아와서는 사람들과 맥주를 과음하고 '지금 이 순간' 공연까지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노래는 그와 그 다음 순서로 바로 노래하는 그 둘다 멋졌다.

하루의 마무리는 밤 산책과 당산 나무에 소원 빌기였다.  왜 울었을까? 제습기에 물통이 가득 차면 비우듯, 눈물이 나는 걸까? 캠핑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앞의 바다는 강처럼 잔잔해서 울음소리가 숨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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