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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한주)살기

한주살기) 경남 남해_팜프라촌 : 8/31 수 D+2 (조깅, 목공 수업2)

by 당편 2022. 9. 11.


새벽부터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낑깡이가 잔뜩 젖어서 밖에서 울고 있었다. 그래서 젖은 털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1.5km 조깅을 했다. 5km를 뛰기엔 지나치게 비가 왔다. 씻고 나니 비가 그쳤다. 머리를 말리고 노트북을 하는데 카톡 알람이 떴다. 조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었다. 기쁜 마음에 바로 오케이했다. 처음으로 조깅 메이트가 생겼다! 같이 달리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타인과 있으면 주의가 타인에게 가고, 혼자 있으면 내 안으로 집중하게 된다. 월, 화는 사람들과 어울렸기에 오늘은 나랑 놀기로 정했다. 그래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산책, 블로그, 독서, 다락방에서 낮잠자기를 했다. 다락방에 콕 박혀,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아 시야를 차단하고 이어폰을 통해서 소리를 차단했음에도 주의가 밖으로 향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어린 시절이 연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콩벌레처럼 몸을 말아 숨죽인 채, 밖으로 레이더를 쫑긋 세우고 잠들고 싶지만 잠들 수 없었던 어느 밤으로 잠깐 시간 이동을 했던 걸까?

 


두 번째 목공 수업을 통해 평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 드릴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미는 힘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니까 익숙해지는 게 느껴졌다. 완성시키니 즉각적으로 성취감이 차올랐다. 다른 곳에서도 목공 수업을 들었었다, 총 네 번째 목공 수업을 마치고 나니 명확하게 알게 된 점이 있다, 목공 작업 중 발생하는 소음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 충전 완료! 목공 수업 후에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당산 나무 옆 평상에 돗자리를 펴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구름을 구경하고, 낑깡이와 꽁냥꽁냥 놀고, 물트리버 답게 물에 뛰어든 루나를 구경하다가 같이 산책할 시간을 갖고, 누군가의 슬리퍼를 찾기 위해 두모천에 두 발을 담그기도 했다.

저녁에는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기쁘고, 설렜지만 나와 비교하는 순간 기가 좀 죽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는 나무 막대기 조차 없는 Lv.1 용사인데, 다른 사람들은 아이템도 많고 대단해 보였다. 이내 그런 마음을 알아채고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 자신을 칭찬해줬다. 타인에게 배울 점은 배우자! 단 고민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나를 너무 낮게, 타인을 너무 높게 여기지 말아야지.

밖으로 나오자 낑깡이가 따라왔다. 작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아이를 오른쪽 어깨에 올리고 당산나무를 빙글빙글 여러 번 돌면서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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