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으러 가는 길에 노을을 보고 모두가 냅다 차에서 내렸다. 수면에 비친 주황빛은 잔잔히 흐르고, 산의 검은색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고민할 여지없이 수평선이 보이는 걸 선호하는데, 이 풍경을 본 뒤로는 바다 뒤에 보이는 산이나 섬도 예쁘단 생각을 하게되었다. 말문이 막히고, 우와우와만 할 줄 아는 아기처럼 감탄만 하는 풍경이었다.
예쁘단 말이 매순간 나오는 진귀한 장관. 뭔가 가슴이 찌잉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고, 소중한 선물로 기억된다. 왼쪽을 보면 평화로운 분위기의 푸른 회색빛 하늘과 바다가 보이고, 그 위로 큐빅박힌 것처럼 불빛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산은 까맣고, 구름은 회색에 검은색 한스푼 섞은듯한 먹구름, 말을 잃게 하는 일몰, 그 어떤 걸로도 대체불가능한 예술품이었다. 뭔가 신성한 존재가 출현할 것 같은 신비로움마저 느껴졌다.
피부에 닿는 바람은 선선하고, 풀벌레소리만 들리던 그 순간이 그리워진다. 노을 사진을 수십장 찍고 삼겹살 먹으러 '금산참능이'로! 가급적이면 꼭 예약해달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고, 삼겹살이 지인짜 부드러웠다!!
6시 20분 기상했다, 눈뜨자마자 느껴진 건 추위였다. 이제 긴팔, 긴바지를 잠옷으로 입어야 할 계절이 성큼 다가온 듯 하다. 5km 모닝 조깅 성공! 오늘도 조깅 메이트가 있어서 걷고 뛰고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는 꿀호떡에 딸기잼을 발라서 먹었다. 그리고 코부기 뒷산을 산책하고, 어제 만났던 루나와 함께 산책을 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같이 지낸 분들에게 짧은 손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편지를 쓸 때 문득 타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써주고 싶어하는구나를 깨달았다.
점심에는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하고 들어와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기록을 정리하고, 낮잠을 잤다. 그리고 zoom으로 예정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어의 말이 인상 깊다. 두모마을에서 지내면서 생활과 일의 경계가 흐려져서 힘들었다고 하셨다. 비슷한 말을 다른 마을에서 지내는 분께도 들어서, 나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아서 계속 맴돌았다.
인터뷰를 끝내고 산책을 나왔다. 로드바이크를 탈 기회가 생겼는데, 두 발이 지면에서 떼어지는 순간 몸은 오른쪽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오른손에 피가 맺혔고, 거기서 도전 종료... 버킷리스트에 한 줄이 추가 되었다 '로드바이크 능숙하게 타기!'
카약을 타고 제법 멀리 나가자, 수평선이 보였다. 숨 참고 있다가 숨 쉬는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새삼 내가 얼마나 수평선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의가 다 젖었지만 수평선을 보고, 출렁이는 수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같이 탄 친구와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사랑스럽고 주변을 사랑으로 물들일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와 결이 비슷한 듯 보였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처음 보는 유형의 사람이라 새롭고 놀라웠다.
카약을 탄 후에는 바지락 캐기를 해볼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체험이었는데 흥미진진해서 무릎 한 번 피지 않고 계속 호미질을 했다. 비가 한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샤워하고 삼겹살 먹으러 출발! 돌아와서는 사람들과 맥주를 과음하고 '지금 이 순간' 공연까지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노래는 그와 그 다음 순서로 바로 노래하는 그 둘다 멋졌다.
하루의 마무리는 밤 산책과 당산 나무에 소원 빌기였다. 왜 울었을까? 제습기에 물통이 가득 차면 비우듯, 눈물이 나는 걸까? 캠핑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앞의 바다는 강처럼 잔잔해서 울음소리가 숨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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