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의 김대표가 전시기획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흥미롭다. ECM관계자에게 “내가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뭔헨으로 떠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퇴사를 한 이유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겠다는 것이었다. 즐겁지 않으면 죽자. 하는 생각도 하곤 했었다.
김대표가 말한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멋지게 보여줘서 사람들과 나누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좋은 전시란 뭘까요.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석사에 간다고 해보죠. 먼저 은행나무가 줄지어 선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일주문을 지나 안양루 밑을 지나면, 산 아래 무량수전이 펼쳐집니다. 마지막으로 절 안에 들어가, 부처님을 마주한다면 어떨까요. 짧은 감탄이 절로 나와요.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마지막 작은 자극에 마음이 움직인 거죠. 저는 이게 전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방황의 시간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기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더 분명해졌다고 해요.
시인이었던 교수님은 과제에서 ‘슬픈 나뭇잎’ 같은 표현을 빨간펜으로 모두 지웠습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면, 내 관점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말씀이셨어요.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전시는 달라요. 시간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스쳐 지나가고, 마음을 빼앗기면 오래 머무릅니다. 산책과 닮았죠. 전시가 관람객을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콘텐츠가 좋다면, 위치는 문제 되지 않는다
“대단한 전략을 세워도 그대로 이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보듬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이 될 때면 자신을 믿으려 노력했죠.
“남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아요. 삶은 복잡하고 변화무쌍하죠. 쉽게 확신할 수 없어요. 그보다 나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했어요. 내가 반응하는 게 뭔지 생각했죠. 전시로 다룬 내용은 전부 제가 좋아하는 것이었어요. 좋아하는 걸 어떻게든 멋지게 보여줘서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나누고 싶었죠.”
“길 가 느티나무, 강 위에 비친 햇살을 바라보다 울컥할 때가 있죠. 자신을 둘러싼 곳을 더 깊이 아는 게 진짜 교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시 부제가 그랜드 투어Grand Tour예요. 르네상스 시대에 영국 귀족들은 자녀를 이탈리아로 보냈어요. 교양과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서였죠. 국내 여행을 통해서도 그런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뛰어난 전시를 사진 남기는 걸로 끝낸다면 아쉬워요. 좋은 것이 많아진 만큼, 그 맥락과 내용을 이해하려 하고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그걸 시작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숨겨진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있도록 조금은 친절하고 다정하게 다가가는 것. 피크닉을 통해 해보고 싶습니다.”
https://www.longblack.co/note/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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