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감각, 감정

롱블랙_주막반점 김지호 : "적당한 미각이 제 강점이에요." "하루가 피곤하기만 했다면, 아무 도전 없이 살았기 때문일 거예요."

by 당편 2022. 12. 13.

 적당한 것, 애매한 것, 무난한 것을 경멸했다. 나란 사람의  특징이라 그랬다. 그런데 그것도 강점이라고 딱 잘라 말하며 강점을 극대화한다는 태도에 감탄하고 말았다. 

 

 도전해서 피곤한 삶도 있다고 생각한다.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나를 불행하게 한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피곤하지만 행복해란 말에 공감한다. 

 


Chapter 1. 주막반점 : 가장 뉴욕다운 요리로 뉴욕을 사로잡다

“7년차 쯤 됐을 때였어요. 전문대 호텔학과를 졸업한 젊은 직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호텔리어로서 비전이 있고, 눈을 반짝이며 일하고, 밤새 공부하더라고요. 좋아 보였어요. 나는 한 번도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의 벽을 느끼던 어느 날, 출근길에 삼성동 무역 센터 앞에서 발견한 현수막 하나가 김지호 셰프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현수막엔 이렇게 쓰여있었죠. ‘해외 이주 박람회’.

 

Chapter 2. 10년차 베테랑 셰프, 쿠키 공장 직원이 되다

“현수막을 본 다음 날 바로 박람회에 갔어요. 호텔 요리사라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토익 성적도 필요 없더라고요. 어라, 유학은 어려운데 이민은 될 것 같은데? 싶었죠.”

짧은 영어로 신문 구직란을 뒤져 처음 구한 직장은 쿠키 공장이었어요. 스쿱으로 반죽을 떠서 홀세일 쿠키를 만드는 단순 노동이었습니다.

묵묵히 주방 보조로 일하며 버티던 어느 날, 오너 셰프가 만들 수 있는 디저트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티라미수tiramisu를 만들었어요. 정통 레시피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킥kick을 더했습니다.

이후 더 높은 임금을 받을 기회만 오면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옮겼습니다.

델리 샵을 운영하며 했던 선행이 보스턴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알려졌거든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달려왔던 시간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Chapter 3. 멘토가 선물해준 충격적인 미식 경험

“한 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열심히 하는 건 아는데, 실력이 안 된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한국에서 늘 하던 대로 만들었는데, 내 디저트는 왜 안 되는 걸까. 막막했어요.”

“5일 간 뉴욕에 보내 줄테니 그곳 디저트를 공부하고 돌아와서 다시 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겁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1등석 승객들의 파티에 처음 온 잭의 마음이랄까요? 저는 주방에만 있어서 고객의 시각을 처음 느껴봤어요. 빵가루를 조금 흘리면 바로 다가와서 치워주고, 반쯤 먹은 버터가 어느새 새 것으로 바뀌어 있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경험을 완성하더라고요.”

 

Chapter 4. 딸기에서 딸기 이상의 맛을 끌어올린다는 것

"내가 배운 서양의 디저트는 외국인이 책을 보고 담근 김치같은 거였어요."

약점을 보완하기보단 강점을 극대화하기로 했습니다. 그의 강점은 요리와 페이스트리를 모두 경험했다는 것, 한국인만의 입맛을 갖고 있다는 거였어요. 

미소 된장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파마산 치즈 쿠키 사블레sablés* 등이었죠. 보리차 아이스크림이나 수정과 아이스크림 같은, 한국에서 요리를 배운 이민자이기에 가능한 메뉴도 늘어났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찾던 김지호 셰프의 눈에 분자요리*가 들어왔습니다. 

절대 안 된다기에, ‘내가 셰프인데 당신들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해 공유해주겠다’고 일종의 거래를 유도했죠. 

아주 흔한 디저트를, 전혀 다른 형태로 만들었거든요. 바나나와 초콜릿을 굳혀서 실린더cylinder 형태로 만들고, 그 안에 바나나 푸딩과 크림을 겹겹이 숨겨두죠. 실린더를 깨뜨리면 내용물이 하나씩 쏟아져 나오도록요. 

 

Chapter 5. 적당한 미각에, 즐거운 상상을 더하다

“더 모던에서 일하면서 총괄 셰프와 갈등도 많았어요. 제 입맛이 너무 평범해서요. 그런데, 미각이 고도로 발달했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거든요. 셰프의 기준에 맞춘 음식이 손님에겐 너무 어려울 수도 있고요. ‘적당한 미각’이 제 강점이에요. 나한테 맛있으면 대부분 다 맛있어 하더라고요.”

평범한 미각으로 창의적인 디저트를 내는 비결은, 일상 속 상상의 힘이에요.

“눈 앞에 음식이 있으면 즐거운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얼마 전엔 고깃집에서 반찬으로 간장게장을 줬는데, 고기랑 같이 먹으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Chapter 6. 셰프는 혼자 성공할 수 없다

“수입 없이 집세를 몇 달 냈더니 통장 잔고가 바닥 났어요.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내가 가진 것들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도전을 하면 에너지가 생겨요. 저에겐 미국 이민이 첫 도전이었고, 그 도전을 실패하지 않으려고 하루하루 작은 챌린지를 만들어 갔어요. 하나를 완수하면 다음 도전을 또 설정하고요. 
당신의 하루가 피곤하기만 했다면, 아무 도전 없이 살았기 때문일 거예요. 내 골goal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필요한 일을 하는 것. 이런 자세에서 끊임 없이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https://www.longblack.co/note/501

 

주막반점 김지호 : 적당한 감각에 상상력을 더할 때, 크리에이티브는 나온다

롱블랙 프렌즈 C  미식의 도시, 뉴욕! 이곳에선 어느 레스토랑이 가장 핫할까요? 어떤 음식이 유독 사랑받고 있는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로 한식이랍니다.지난 10월 발표

www.longblack.co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