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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감각, 감정

롱블랙_피크닉(전시관):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마지막 작은 자극에 마음이 움직인 거죠."

by 당편 2022. 12. 14.

 

 

 '피크닉'의 김대표가 전시기획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흥미롭다. ECM관계자에게 “내가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뭔헨으로 떠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퇴사를 한 이유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겠다는 것이었다. 즐겁지 않으면 죽자. 하는 생각도 하곤 했었다.

김대표가 말한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멋지게 보여줘서 사람들과 나누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좋은 전시란 뭘까요.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석사에 간다고 해보죠. 먼저 은행나무가 줄지어 선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일주문을 지나 안양루 밑을 지나면, 산 아래 무량수전이 펼쳐집니다. 마지막으로 절 안에 들어가, 부처님을 마주한다면 어떨까요. 짧은 감탄이 절로 나와요.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마지막 작은 자극에 마음이 움직인 거죠. 저는 이게 전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방황의 시간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기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더 분명해졌다고 해요.
시인이었던 교수님은 과제에서 ‘슬픈 나뭇잎’ 같은 표현을 빨간펜으로 모두 지웠습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면, 내 관점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말씀이셨어요.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전시는 달라요. 시간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스쳐 지나가고, 마음을 빼앗기면 오래 머무릅니다. 산책과 닮았죠. 전시가 관람객을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콘텐츠가 좋다면, 위치는 문제 되지 않는다 
“대단한 전략을 세워도 그대로 이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보듬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이 될 때면 자신을 믿으려 노력했죠.
“남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아요. 삶은 복잡하고 변화무쌍하죠. 쉽게 확신할 수 없어요. 그보다 나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했어요. 내가 반응하는 게 뭔지 생각했죠. 전시로 다룬 내용은 전부 제가 좋아하는 것이었어요. 좋아하는 걸 어떻게든 멋지게 보여줘서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나누고 싶었죠.

길 가 느티나무, 강 위에 비친 햇살을 바라보다 울컥할 때가 있죠. 자신을 둘러싼 곳을 더 깊이 아는 게 진짜 교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시 부제가 그랜드 투어Grand Tour예요. 르네상스 시대에 영국 귀족들은 자녀를 이탈리아로 보냈어요. 교양과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서였죠. 국내 여행을 통해서도 그런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뛰어난 전시를 사진 남기는 걸로 끝낸다면 아쉬워요. 좋은 것이 많아진 만큼, 그 맥락과 내용을 이해하려 하고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그걸 시작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숨겨진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있도록 조금은 친절하고 다정하게 다가가는 것. 피크닉을 통해 해보고 싶습니다.”

 

 

 

https://www.longblack.co/note/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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