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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한주)살기

제주 제주시 하도_카페_하도록 : 마지막 방문은 시화집으로 기념. 무릎냥이 삼순이. 갈 때마다 더욱더 좋았고, 사랑하는 장소였다.

by 당편 2022. 8. 7.

 

 제주도 한달살기를 하면서 다섯 번째 방문이자 마지막이었다. 좀 더 일찍 만났다면 더 많이 갔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랑하는 장소였다. 마지막이라고 못 박은 것은 아닌데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노리고 있던 시화집을 기웃거렸다. 기념으로 한 권을 사고 싶었다. 방문한 7월을 살까? 내가 태어난 월을 살까? 다른 월도 뒤적거렸다. 11월을 팔랑팔랑 넘기는데 문장이 보였다.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

 

 

 윤동주 시인의 무서운 시간이었다. 손과 숨이 멈췄다. 이내 깊게 호흡하려고 노력했고, 그대로 결제했다. 하도록에 산 것을 기념하기 위해 명함이 있는지 여쭤보자 주인님은 제주 느낌이 나는 귤 책갈피와 엽서를 주셨다. 마지막까지 감동이었다.  

 

삼순이는 궁디팡팡을 해달라고 왔다. 궁팡을 하자 따끔하게 물고 '앙앙' 울다가 무릎 위로 올라왔다. 팔에 기대어 그릉그릉 거리는 데 가슴이 터질 것처럼 감정이 차오르고, 그것이 넘쳐 눈물날 것처럼 행복했다. 하도록은 만난 건 은총이고 선물이었다. 

 


 

무서운 시간 

                                                                                윤동주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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