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빨래가 두시간이면 뽀송하게 마를 것 같은 날씨였다. 아침 서핑하러 하도에 갔다가 햇볕에 마른 오징어가 될 것 같은 기분에 뒷걸음쳐 도망쳤다. 함덕 스타벅스에 가야지 하고 탄 버스는 '만장굴' 정류장이 있었다. 그렇게 만장굴에서 내렸다.
7월 21일, 한여름이라 부를 수 있는 날이다. 입장권을 사서 계단을 내려가 어두운 공간에 발을 딛는 순간 깜짝 놀랐다. 덥다고 손부채질 하는데 대뜸 얼음물병을 목 뒤에 들이댄 것 같은 추위가 느껴졌다. 입김이 나오는지 호~ 하고 불어볼 정도였다. 추위에 특히 약한 편이라 긴 팔 외투, 롱원피스를 입지 않았다면 입장료고 뭐고 그냥 나왔을 것이다.
바닥이 거칠고 공간이 어두워서 걸음마를 배운지 이제 일주일 된 아이처럼 성실하지만 어슬프게 느릿느릿 걸었다. 용암동굴이라는 게 신비로워서 걸음걸음이 귀하게 느껴졌다. 빠르게 보고 가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만장굴은 뜨거운 차를 음미하듯 천천히 구경하며 걷는 걸 추천하고 싶다.
걷는 내내 줄곧 추웠다. 냉탕에 집어던져진 것처럼 허벅지에는 닭살이 생기고 손끝이 시렸다. 보고, 피부에 닿는 것들이 낯설고 새로웠다.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 있다가 냉동실에 들어간 아이스크림의 기분이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야릇한 느낌이었다.
개장 직후 들어가는 게 좋다고 여긴다. 조용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말이다. 왜냐하면 10시 15분에 나왔는데 매표소를 보니 20~30명의 대기 인원이 보였고, 멀리서 걸어오는 20인의 단체도 보였다.
*걸음걸음이 : 걸음을 걸을 적마다
*약하다 : 견디거나 대처하는 능력이 모자라거나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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