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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한주)살기

한주살기) 경남 남해_팜프라촌 : 영화 '파밍보이즈'와 유지황 대표와 대화

by 당편 2022. 8. 31.

 

  저녁 식사 후 야외에서 빔프로젝트를 통해서 영화 '파밍보이즈'를 보았다. 가을바람이 피부에 시원하게 닿았고, 모기향은 모기들의 방문을 잘 막아주었다. 그리고 어둠 가운데 영화 화면만이 반짝였고, 열렬한 풀벌레들 소리가 벽처럼 우리를 감싸서 보호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 보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 첫날의 피로함에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풀벌레 소리가 백색소음이 되어 집중력을 향상해 준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앗, 고양이 낑깡이와 함께 봐서 그랬을지도 모른다>_<

 

 

 파밍보이즈를 뭉뚝하게 요약하면 남자 셋의 농사를 향한 열정과 좌절, 삽질과 낭만 그리고 희망이 담겨있는 다큐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옆자리, 옆 텐트에 있는 듯한 기분이어서 그들의 유쾌함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그들의 육체적인 피로함이 전달되어 안타깝기도 하고, 타국의 농사활동을 보는 것은 새로운 일이어서 흥미로웠다. "자연에게 돌려줘야 해. Pay back!" 이란 대사가 인상 깊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영화의 주인공 세명 중 한 명인 유지황 대표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귀촌, 귀농, 그리고 그의 가치관과 그리고 팜프라촌의 가치와 설립 과정 등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귀촌을 진지하게 계획하는 입장에서 들으니 꽤 유익했다. 

 


Q 세계여행하면서 몸이 엄청 고생하셨을 것 같은데 건강은?

 A 어릴 때 운동한 것을 그때 다 쓴 것 같아요. 텐트 생활한 이후로 건강이 안 돌아오더라고요. 갔다 와서 고생을 좀 했어요. 시력이 아예 나간 적도 있고, 목이랑 허리디스크도 있죠. 지금 텐트 치고 여행 가라고 하면 못해요. 더 피곤했던 이유는 영화 제작 때문에 촬영을 하며 다녔고 촬영 후에는 스크립트까지 해놔야 해서 수면 시간이 4~5시간인데 아침 4시 또는 5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그게 많이 힘들었죠. 그래서 더 많이 싸웠죠, 체력이 떨어져 있으니까. 

 

Q 팜프라촌 자체에서 농장을 하거나 텃밭을 몇 평 가꾸시나요? 

 A 올해는 공간과 숙소 등을 공사하느라 못했어요. 매년 시금치랑 쌀농사, 텃밭에서 먹을 것을 가꾸죠. 주민분들 쌀 수확하실 때 거들어드리면 쌀을 좀 주시기도 하죠. 내년부터는 할 예정입니다. 

 

Q 영화에서처럼 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A 호스트 등록은 되어있지만, 저희 잘 공간도 없어서 운영이 어려울 것 같아요. 시골은 빈 집이 많지만 임대나 판매를 잘 하지 않거든요. 아마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나중에 자신이 와서 살아야지 하는 때문이 아닌가 해요. 

 

Q 유럽이랑 이런 곳은 지속 가능한 농업이 많잖아요. 그런데 큰돈을 벌려면 하우스에 들어가는 게 맞는데 '자연에 돌려주자'는 생각에 공감하는 편이라 두 개의 가치가 상충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농촌에 살기 전후가 생각의 변화가 있어요. 전에는 무조건  자연농법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았죠. 그런데 스마트팜까지 다 가보고 그때 느낀 게 있어요. 다 하는구나. 유럽 등 어디나 자연농업부터 스마트팜까지 다 해요. 하나만 고집하지 않죠.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의 지속 가능성인가, 삶의 지속가능성 즉 수익을 고려하는가죠. 자연 농하는 친구들 보면 정말 고통스러워해요. 왜냐하면 온몸을 갈아 넣어야 하는데 그만큼 소득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시설하는 친구들이 편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쉬는 날 없이 일을 해야 작물 유지가 되거든요. 

 

 남해의 경우, 와서 보니 느낀점이 이곳은 시설이 없긴 해요. 남해라서 가능하죠. 노지재배로 보면 약을 치는 것과 자연농으로 나눌 수 있어요. 둘 다 합니다. 고려해야 할 것은 첫째, 토지 상태 둘째, 작물 셋째, 나의 노동력이죠. 이것에 따라서 선택하면 돼요. 

 

 첫해에는 자연농을 추구했어요. 그래서 옆에서 약만 쳐도 불편했죠. 해가 갈수록 이것이 답인가 고민하게 되죠. 왜냐하면 현재의 농약기술에 어느 정도 자연분해가 되거나 친환경 되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화학비료만 사용해야 했다면 지금은 친환경적인 것도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게 되었죠.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유기농으로 할 경우 내가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요. 그만큼 힘들거든요. 두 세배 힘들어요. 들어가는 노동력에 대한 값이 측정되는가? 하면 그렇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 역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선택의 기준을 토지를 오염시키는가, 공기를 오염시키는가, 그 오염의 정도는 육식을 하는 것과 얼마큼 차이가 있는가. 즉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가운데 두고 비닐을 쓰지 않겠어, 쓰레기를 줄이겠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어, 약을 쓰지 않겠어 등 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하면 되는 거죠. 그래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자연농, 유기농만 고집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아요. 아마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겠죠. 물론 여기서 지낼 때 자신이 먹을 것에는 약을 치지 않아요. 내가 먹는 거니까 모양이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판매를 생각하면 생산가치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하죠. 

 

Q 젊은 싱글 여성이 귀촌을 생각할 때 고려해야할 위험요소는?

 A 지금 남해가 일곱번째 마을이에요. 마을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위험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또한 팀으로 들어가는 것과 개인으로 들어가는 것도 다릅니다. 개인으로 그냥 동네에 온 젊은애라고 보면 됩니다. 

 이곳에는 팀으로 전략적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남해에서는 개인 유지황이 아니라 대표님으로 불리죠. 다른 직원들 역시 개인이 아니라 팜프라 애들로 불립니다.

 

 마을의 특성, 개인이냐 팀이냐, 마을의 분위기를 봐야하죠. 남해는 관광지라 낚시나 캠핑 등으로 외지인 출입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폐쇄적이지 않아요. 텃새가 전혀 없었어요. 처음 왔을 때부터 인사도 잘 받아주시고 분위기가 좋은 점이 선택의 요인이 되었습니다. 돌아다보니 보면 싸한 곳도 있으니까 잘 살펴보고 안 맞으면 딴 데로 옮겨 살면 돼요. 

 

 시작부터 작정하고 공격적으로,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집을 매매하거나 전세부터 하는 것도 권하지 않습니다. 설사 매매를 한다해도 그 첫 집에서 계속 산다는 생각보단 고쳐서 팔겠다는 계획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금을 많이 까먹을 수 있습니다. 

 

Q 요즘 땅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땅값이 많이 올랐거든요. 

 A 처음 땅사는 것 역시 비추천합니다. 그게 돌밭이거나 물이 안 빠지는 땅일 수도 있어요. 변수가 많다는 거죠. 농지은행을 통해서 먼저 적정한 곳을 찾아서 직접 해보는 게 좋아요. 여기서는 2년 정도 살고 땅을 샀어요. 마을 분들께 허락을 구해서 학교에서 지냈거든요. 지내면서 마을분들과 축제도 하고, 남해의 다른 젊은이들과 만나보면서 동네  분위기를 파악했죠. 옛날에는 처음부터 땅과 집을 임대했어요. 근데 그게 좋지 않았어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남해에는 빈 땅이 많아서 임대는 어렵지 않아요. 농지은행에서의 과정도 어렵겠지만 10년전에는 그것마저도 없었기 때문에 잘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죠. 땅보다는 집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봐요. 읍에서 출퇴근하면서 농사를 지을 순 없으니까요. 만약 땅을 구하는 게 많이 어렵다면 지역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Q 귀촌을 시작할 때 공동체에 들어가서 시작하는 게 혼자보다 나을까요? 

 A 네 일을 연계해줄 수 있는 곳이면 정말 좋죠. 우리도 농지를 빌려주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역시 거주할 집이 문제입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혼자면 많이 심심하고 외로워요. 제 경험으로는 외로움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떠나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언제쯤 돼야 내 것이 될지 가늠이 안 되는 것도  힘들었을 거예요.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직업에 추가로 농사를 할 건지, 본격적으로 전업농인지 아니면 마트 등 알바를 하면서 농사를 키울 것인가를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공격적으로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니 유연하게 하는 게 좋죠. 10평, 100평, 1000평 이렇게 확장해나가는 걸 추천해요. 해보고 안 맞는 사람도 맞거든요. 아니면 내가 먹을 것만 하는 것도 방법이죠.

 

Q 팜프라촌의 목표, 회사의 이상 같은 것은?

 A 지역 소멸 해소, 청년의 삶에서 다양성 제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하지만 지역 소멸을 개인이 막을 수 없을 것 같고요. 소멸되지 않을 수 있는 곳을 방어해보자. 그리고 모든 마을마다 농사법이 다 다른데 소멸되는 곳들의 기술과 농사법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죠. 청년 삶의 다양성은 그들이 그렇게 원하나?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장기적인 과제로는 북한에 관심이 있죠. 남한은 먹고 살만한데 북한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은 곳에 더 관심이 갑니다. 이것은 사회적인 가치에 대한 것이고요. 

 경체적인 가치로는 글로벌해지고 싶어요. 그게 옷일지, 인프라일지, 숙박일지, It일지 분야는 변화하거나 확장될 수 있겠죠. 물론 과제와 가치는 그대로 유지하겠죠. 

 

Q 다양성을 청년들이 그렇게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신 것에 대한 의미는?

 A 처음엔 많은 다수가 이런 것을 원하고, 이런 삶을 지향하는 줄 알았어요. 해보니 엄청 극소수였죠. 만나는 사람을 수 백 명이지만, 그게 전체 인구에서는 얼마 안 되는 거예요. 13년 해보니까 결국 비슷한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하게 되고 그게 몇 만 명을 넘지 않죠. 

 

Q 모두가 노후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다. 몸과 호미만 있으면 어떻게든 먹고 산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창업이나 주식 등을 제외하고 미래에 대한 다른 대비 방법이 있을까요? 

 A 돈 얘기를 드리자면 돈은 버는 것보다 어떻게 소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해에서는 다른 곳에서만큼 벌지 못하지만 20~30만원이면 한 달 생활이 가능해요. 농사짓고 텃밭 가꾸고 마을분들 도우면서 주시는 것을 먹으면 되니까요. 여기는 슈퍼가 없고 배달이 안되죠. 그러니까 돈 쓸 데가 없어요. 즉 돈을 벌면 그 돈이 그대로 모입니다. 그 돈을 갖고 꼭 해야 할 재테크만 하고, 추려서 토지를 사고, 여기까지 왔죠.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마이너스는 나지 않아요. 도시에서도 팜프라를 운영해보았는데 도시는 버는 만큼 소비했어요. 지금 이 곳 남해는 그렇지 않아요.

 

 40대, 50대에 퇴직하는 시기가 왔죠. 퇴직 이후가 고민이라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요. 여기 마을 분들을 관찰해보면 집이랑 땅이 있어요. 그러면 그걸로 먹고 사시는 거예요. 텃밭에서 먹을 거 구하고, 농사짓고 해서 일 년에 1천만 원 2천만 원만 벌어도 생활이 가능해요. 물론 욕심을 내면 더 많이 벌 수도 있겠죠. 

 

 많이 버는 것도 좋겠지만, 소비를 줄이고 그걸 모아서 노후 준비하는 것도 괜찮죠. 젊을 때는 농촌에 있다가, 나이 들면 병원때문에 도시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집 짓는 기술, 농사 기술 등이 있어서 회사가 방해도 전 먹고사는 걱정은 없어요. 

 

 또한 부동산 측면에서 보면 도시에서는 부동산을 사기 어렵죠. 그래도 여기서는 살 수는 있어요. 1억 정도로 집을 사서 2~3년 고쳐서 1억 5천에 판다고 생각해보면 이것도 방법인거죠. 다만 지역을 신중하게 잘 골아야 합니다. 하향세를 타는 지역을 골라서는 안 되겠죠. 전략적으로 지역을 선택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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