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0 기상하여 숙소 앞의 바다로 일출을 보러 갔다. 바람이 서늘했다, 여름의 열기가 식고 있다. 이 당시에는 이미 해가 떴다고 생각했는데 구름에 가려져서 안 보였을 뿐, 아마 기다렸으면 일출을 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가만히 앉아서 바다를 보는데 모래처럼 작거나, 돌멩이처럼 큰 바다 고동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건, 움직인다는 거구나 깨닫게 된다. 숙소로 돌아와서 갈칫국과 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편지와 꽃을 두고 나왔다.
제주도 하면...? 살면서 가장 많이 모기에 물렸고, 안밖으로 온갖 종류의 벌레들을 매일 보았다. 나비가 눈동자에 닿을 듯, 입술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오는 신선한 경험을 했으며, 와이파이가 작은 정자에서도 될 만큼 어느 곳을 가도 있었다.
숲의 매력을 알게 됐고, 나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싫다고 말하며 살아왔는데 그만큼 '관계'가 '사람'이 나에게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는 것보단 주는 것에 익숙했고, 받으면 어쩔 줄 몰랐는데 호의를 받는 법을 알게 되었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거친 파도를 보면서 끝을 낼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평생 품었던 질문들을 털어낼 수 있었다. 버스기사님 말처럼 슬프고 안 좋은 일 같은 건 다 놓고 가자. 좋은 것만 가져가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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