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친구를 삭제하고, 번호를 삭제했었다. 왜냐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없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있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왜 그랬냐고 묻지 못한 게 후회되었으나 이미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메일을 정리하던 중 당신의 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왜 이 타이밍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번호는 희망이었다. 방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락 희망말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눈물이 바다에 닿았을 때, 망설임과 주저함을 다듬고 또 다듬어 당신에게 카톡을 보냈다. 답이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 와도 나는 행동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자고 위로했었다. 그러면서 카톡을 자꾸 확인했다.
'문자로 해도 되는데' 차라리 답이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카톡도, 이메일도 아닌 문자로 하라는 사람에게 학을 떼고 만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에게 내 이메일 주소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긴 시간 마음에서 밟고, 꾸기고, 태워도, 버려지지 않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부탁했다. 카톡의 1은 지워지고 이메일은 오지 않았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김광진의 '편지' 가사 중
내가 내린 결론은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 더이상 알고 싶지도 않아.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중
당신에 대한 걸 전부 지우고, 복구하고, 영영 삭제했다. 남은 건, 당신의 저 말과 나의 질문 뿐이다. 적어도 당신의 마지막을 남길 수 있을만큼 성장했네. 당신에게 사과는 들었을까? 기억도 안 난다. 빈말로도 고맙다고 못하겠어, 여전히 밉고 분하니까. 울컥 감정이 터져 나와, 손에 있는 뭐라도 던지고 싶은 기분이다. 왜 이 기분은 현재진행형인걸까? 언제까지?
더는 안 해. 더는 못하겠어. 당신의 침묵이 당신을 괴롭게 하겠죠. 딱 내가 운 만큼 당신이 힘들었으면 좋겠어. 이제 더는 울지 않을테니 잘 살아요. 안녕.
삭제
- 기록이나 문헌 따위의 내용이나 문구를 지우거나 없앰
- 화면에 표시된 문자를 지우는 일
진심
- 사실이 아님이 없는 진실된 마음.
진실
-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됨.
참되다
- 거짓이 없고 진실되다
거짓
- 사실이 아님. 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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