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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감각, 감정

삭제가 고통의 증거였고, 나는 진실을 감당할 힘이 없었다.

by 당편 2022. 9. 10.

카톡 친구를 삭제하고, 번호를 삭제했었다. 왜냐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없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있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왜 그랬냐고 묻지 못한 게 후회되었으나 이미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메일을 정리하던 중 당신의 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왜 이 타이밍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번호는 희망이었다. 방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락 희망말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눈물이 바다에 닿았을 때, 망설임과 주저함을 다듬고 또 다듬어 당신에게 카톡을 보냈다. 답이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 와도 나는 행동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자고 위로했었다. 그러면서 카톡을 자꾸 확인했다.

'문자로 해도 되는데' 차라리 답이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카톡도, 이메일도 아닌 문자로 하라는 사람에게 학을 떼고 만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에게 내 이메일 주소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긴 시간 마음에서 밟고, 꾸기고, 태워도, 버려지지 않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부탁했다. 카톡의 1은 지워지고 이메일은 오지 않았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김광진의 '편지' 가사 중
내가 내린 결론은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 더이상 알고 싶지도 않아.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중

당신에 대한 걸 전부 지우고, 복구하고, 영영 삭제했다. 남은 건, 당신의 저 말과 나의 질문 뿐이다. 적어도 당신의 마지막을 남길 수 있을만큼 성장했네. 당신에게 사과는 들었을까? 기억도 안 난다. 빈말로도 고맙다고 못하겠어, 여전히 밉고 분하니까. 울컥 감정이 터져 나와, 손에 있는 뭐라도 던지고 싶은 기분이다. 왜 이 기분은 현재진행형인걸까? 언제까지?

더는 안 해. 더는 못하겠어. 당신의 침묵이 당신을 괴롭게 하겠죠. 딱 내가 운 만큼 당신이 힘들었으면 좋겠어. 이제 더는 울지 않을테니 잘 살아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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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 기록이나 문헌 따위의 내용이나 문구를 지우거나 없앰
- 화면에 표시된 문자를 지우는 일

 

진심

- 사실이 아님이 없는 진실된 마음.

 

진실

-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됨.

 

참되다

- 거짓이 없고 진실되다

 

거짓

- 사실이 아님. 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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