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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감각, 감정

롱블랙_스튜디오 라이터스 : '그간 내가 요리로 쌓아온 건 이제부터 모두 무용하다’고 여겼다면, 새로운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예요.

by 당편 2022. 12. 2.

의뢰를 맡고 가장 먼저 '질문'지를 만든다는 김 대표.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필요한 건 질문이야. 그래야 '답'이 나오니까. 

 


음식보다 공간에 관심을 가졌어요. 일하는 주방 환경이 열악했거든요. 
회사 이름은 ‘스튜디오 라이터스’라고 지었어요. 브랜드의 서사를 공간으로 표현하는 역할이 작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에게 공감하거나 그 사람과 관계가 깊어지면, 나만 아는 매력이 보이잖아요. 그런데 나만 아는 매력은 대부분 좋아할 만한 매력이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알지 못했을 뿐이죠. 셰프의 숨겨진 매력이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힘썼어요.”
진정성을 공간에 담아냅니다. 우선 손님들은 모두 셰프를 바라보고 앉도록 공간을 설계했어요. 놋그릇에 밥을 퍼서 수육을 올려놓는 장면, 토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밥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셰프가 어떻게 정성을 다하는지 감상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창의적인 결과물은 크리에이터의 줏대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의 작업 방식은 그 반대입니다.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듣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요.
의뢰를 맡은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질문지를 만들었어요. “왜 지금 파인 레스토랑을 하고 싶은지”, “새로 만들 공간에서 고객들이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는지”, “뉴욕에서 한식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한식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지”,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렇게 창의적인 한국 음식점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두 대표의 고객은 레스토랑을 찾을 손님이죠. 고객이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하고, 리셉션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좌석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는 접점마다 아토믹스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게 할지 생각하며 공간을 설계했어요.
*고객여정지도란 실제로 지도를 따라가듯 고객의 관점에 서서 공간의 전체 여정을 미리 그려보고, 그곳에서 발견한 접점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있고 서버가 서서 음식을 나르면, 서로 눈높이가 맞지 않습니다. 아토믹스는 서버 쪽 공간 높이를 낮춰 손님과 서버의 눈높이를 맞춘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클라이언트의 사업이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우선 제가 설계한 공간에서 매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행복해야 해요. 그 편안함이 서비스에 녹아들 때, 손님도 똑같이 행복함을 느끼거든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가 생각한 한국적인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소리치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여러 디테일이 모여 있어도 서로 자기가 뛰어나다고 뽐내지 않아요. 합을 이루면서 단단하게 하나로 뭉치죠. 전통 가구, 고미술을 보면 거기에 깃든 지혜를 읽어낼 수 있어요.”
“아버지와 책을 읽은 게 도움이 됐어요. 아버지가 먼저 읽으시면서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문장에 밑줄을 치셨어요. 그럼 제가 뒤따라 읽으면서 감명 깊은 곳에 밑줄을 쳤고요. 다 읽고 난 뒤에는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실은 용돈을 주셨기 때문에 열심히 한 것이지만, 그런 훈련을 거치면서 타인과 생각을 나누는 능력을 키운 것 같아요.”
“어디를 방문하든 온전히 공간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주로 혼자 다닙니다. 맞은편 상대와 대화하는 시간 대신, 주변 공간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모든 초안은 쓰레기다’라는 말을 남겼잖아요. 고쳐 쓰고, 고쳐 써야 좋은 게 나온다는 의미죠. ‘스튜디오 라이터스’라는 이름도, 헤밍웨이의 그 태도를 닮고 싶어서 지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 모두, 계속 고민하고 탐구하는 게 우리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https://www.longblack.co/note/494

 

스튜디오 라이터스 : 아토믹스와 리움 스토어, 브랜드의 이야기가 공간이 되다

롱블랙 프렌즈 K 날이 으슬으슬해지면서 합정에 위치한 옥동식에 자주 들러요. 돼지곰탕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음식이 전부는 아닙니다. 자리에 앉으면 나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셰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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